낡은 자전거의 일기

                                                          정소현

응달진 울타리 안에
봄이 왔다
햇살이 따스했다
세월과 함께 달려왔던
녹슬고 희미한 눈동자의 나는
햇빛에 비로소 다시 눈을 떴다

핏빛 우정,
지난 시간아. 너는
진흙탕에 내가 빠졌을 때도,
들녘을 바람처럼 달릴 때도,
해변가를 제비처럼 날 때도,
모래밭에서 중심을 잃고
뒤뚱거릴 때도, 함께 하였다

너의 우정은 꽃보다 아름답고
너의 사랑은 불보다 따스하여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내 손을 잡고 있다

새벽별, 너는
울타리를 걷고
내 손을 잡고
바닷가 파도 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