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이유정


벨 소리
누군가의 소곤거림
눈을 감고 명상을 하려 해도
어느 틈엔가 옆 좌석의 독백이
나를 점령한다
잘 들리지 않는 말
반사적인 호기심이
현대인의  스트레스다

가끔, 역을 알리는 신호나
안내에 귀를 세우고
책장을 넘긴다
거꾸로 시간을 돌리기도 한다
몸은 철로를 따라 달리고
눈은 활자를 쫓는데
달팽이관은 어디엔가 떨어져
독해력과 상상력을 오염시켰다

그래도 아름다운 소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뿐이었다
어르신의 기침에
책갈피에 서산을 밀어넣어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인정의 소리에
다시금 청력을 회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