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서 살리라 

 

 

    장현경 

 

 

    홀로 잠든 긴 밤들이 있었네!        

    바람 소리 물결 소리 자장가 삼고    

    갈매기 벗 삼아 쓸쓸히 지낸          

    긴 세월 있었네!

 

    태풍이 몰아쳐도

    비바람이 스쳐도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도

    아파하지 않는 고고하고 의연한 자태

 

    한반도에

    가장 빠른 동해의 일출을

    안겨 주는 외로운 섬……

    인생 반백이 넘어

    이제 찾아오니

    부끄럽구나.

 

    언제부터인가

    하루에도 천여 명씩

    방문하는 한반도의 동쪽 끝 땅

    피붙이 독도

 

    다음번엔

    가재도구 싸들고 와

    바위틈에 뿌리내린 식물들

    콘크리트 바닥을 종종 기어다니는 새들

    바닷가를 이리저리 헤매는 바닷게들과

    오순도순 함께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