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타인으로

                
                           정 서 연


나 가난한  별무리 속에
탑처럼 쌓이는 그리움 두고 가리라

마른 들녘에
시들어버린 바람일지라도
목마른 사슴처럼
소낙비 애타게 그리워하지 말자

잡초라해서
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겠는가

연약하다 해서      
목청껏 노래할 수 없겠는가
      
겨울날
찬바람 드는 문풍지라 해도
거기 그데로 서 있는 태연한 기다림으로

너와 나 길었던 봄날 행복하게 잊으리
기억조차
서러운 시간들 모두 보내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리

잊으려 하는 것은
진정 잊기 위함이 아니라
홀로 가는 끝없는 연습 묵묵히 해야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