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 같은 삶

                            이 용미

나뭇잎은 바람을 보았을 것이고
'밀레'의 저녁종엔 소리가 그려졌네

꽃을 나누어준 손엔
향기가 묻어 있고

촛대는 녹아질수록
빛을 내고 있다

나는
무엇을 했나

싹을 내지 못한
가슴에 걸려있는 알갱이 뿐이다

속을 다 비워낸 북은
살짝만 건드려도
아름다운 떨림으로
멀리 멀리 공명을 일으킨다

엿장수 품바 같은 내 삶인가
그래도 설래며 살아가는 것은
이유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