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치는 것은



파도가 치는 것은 바다가 우는 것이다
어둠에 갇혀 깊은 무게에 억눌린 채
제 속 끓이다가 끓이다가 한번씩 몸부림치는 절규
파도의 아픔이다
자신의 혼과 몸을 두들겨 퍼내는 혼신의 춤
푸른 혼의 춤사위에 내 머리카락도 따라 물결친다
어지럽게 굽이치는 다발로 묶은 물결타고
갈매기의 비상은 허공을 넘어 온 태고의 벽화다

단단한 몽돌로 나를 다듬던 시계바늘의 눈금들
백사장에 잘디잔 언어로 부서진다
발바닥을 간질이는, 한번쯤 뒤돌아보게 하는 지난날들이 차르르 차르르
소리로 나는 말들 다시 소리를 향해 귀향하는 나의 시어들
생활의 중력에 눌린 가슴 뻥 뚫인다
펑펑 터지는 소리 나 아닌 낯선 나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