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이성숙

모두가 다 헛되고 헛되도다
천형의 무게에
해바라기 씨 우물거리며 원죄를 내뱉는 저들
아담이 준 사과 한 알 먹은 죄 밖엔 없습니다
끝없는 호밀밭
유혹하는 유채꽃 사이
재앙의 살점들은 갈 곳 몰라 버둥거린다
식히지 못한 인간의 욕망
유치원의 웃음소리
운동장 메우는 응원 소리
울리고 있던 웨딩마치는
은폐된 섬광 속으로 사라져갔다
반경 36킬로
분노의 도시는 흐느적거리고
잿더미 긁어내는 삽질 몇 번으로 오늘의 의무는
끝나고 숨소리도 묻었다
영혼의 숫자는 클릭 되지 않는다
세고 싶지 않은 고통은 대를 잇는 독버섯으로 피어나
목숨 구하려 입에 문 미역 다발
주름 진 가슴에 품은 고향집
저들은
봉쇄된 무덤으로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