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 시의 세계
비취단장
신석초
슬프다, 바람숲에 구르는 옛날의 옥석이여
비취, 보석인 너 노리개인 너여
아마도 내 영원히 잊지 않을 너만의 자랑스러운
영화를 꿈꾸었으련만
뜬 세상에 어지러운 오뇌를 안고
거칠은 쑥대 구렁을 내가 헤메느니
적막한 깊은 뜰을 비추이는 푸른
달빛조차 어이 흐려졌다.
푸른 기왓장 흐트러진 내 옛 뜰에
무정한 꽃만 피어지고
쓸쓸한 파멸 속에 너는 굴러서
창백한 때의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볕살을 헤인다
아아, 이슷한 오경 밤에
그므레 타는 촛불 옆에
홀로 누워 잠 못 이루는 여인의
희고 나릿한 백설 같은 목덜미
숱한 머리쪽은 풀어져 물결치는
베게 위에 찬 달 그리메
애달픈 꽃잎을 그려라.
비취,오오, 비취.빛나는 玉石이여
내 전신이 절 안에 산란한 시간의 발자취
다비의 낡은 흔적의 어릴 제
너는 매혹하는 꽃 같은 손길에 이끌리어
그지없는 애무 속에도 오히려 불면하는 빛을 던진다
나는 꿈꾸는 몸뚱이를 안고
소슬한 대숲 바람결에
솟아오르는 허무한 욕구를 사르면서
혼자서 헐린 뜰을 내리려 한다.
저곳엔 시들어지는 고운 난 꽃 한 떨기
또, 저곳엔 깨끗한 댓돌 위에
꿈결같이 떠오르는 영원한 처녀의 자태
어쩔까나
나의 난심을
내 어지러운 갈레는 마음을
비취, 내가 옛 동산을 가고 또 오는
내 몸 고달픈 시름의 넌출을
인간의 얼그러진 갈림길로 알고서
고독한 옥에 몸을 떨며
슬픈 리라의 가락을 탈까나
비취,오오,비취, 티 없는 네 본래의
빌깔이야 부러워라
저 심산 푸른 시냇가에 흩어지는 부엿한 안개 떠돌아서
창천은 흐득히는 여명의 거울을 거누나
아아,오뇌를 알은 나
영겹을 찾은 나
비밀한 유리 속에 떠서 흔들리는 나여, 너를 불러라.
빛과 흠절의 수풀 위에 찬 보석이여
나여,정신이여
멸하지 않는 네 밝음의 깊은 근원을 찾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