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눈으로 보라

                                                 박상경

여의나루 한강변
비게인 하늘 구름의 모습은
아이들이 스케치한
그림전시회가 열린 듯 했다.

한강둔치로 내려가
해 신을 신은 구름에게
붓대를 쥐어주고
하늘 물감을 풀어주었다.

모녀 송아지 잠든 들녘
아이는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 채집중인가 보다.

아기소 귓전을 맴돌던 잠자리
작은 팔에 힘이 가해진 채망 속

갑갑함에 놀란 송아지는 울고
채망 보다 커진 어미 소 눈망울에
개구쟁이는 잠든 들녘을 깨우며
내 품안으로 달려온다.

사랑의 눈으로 하늘과 마주한 시간
간이매점 라디오에서
고린도전서 13장의 꽃말이
선율로 피어난다.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내 마음에 사랑 없으면
아무소용 없어요.”

8월 수요일 정오가 오면
사랑의 날개를 펴고
여의나루 구름의자에 앉아 꽃말을 그려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