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 시의 세계
시 한편 한편이 님에게 희망의 선물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 수 337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유치환
고독은 욕되지 않는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좋던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먼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문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 보라
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은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