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정선영

산을 오르면
반드시 내려온다
오르는 산의 첫발은 태어남이요
다시 내려오는 산 밑은 죽음일 것이다
봉화 청량산에서
청량사 왼쪽으로 오르는 육백의 철계단
오르다 지쳐 망설이다
기어서 오른다
엎드려 긴다는 것이
굴욕이 아닌 편안함을 알고
혼돈 속에 오른 산
자란봉 정상에서
12봉우리 연꽃잎에
노송과 어우러진 촌락을
그리로 가는 너를 보며
하강이 아름답고 행복한 길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