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태안으로 간다
                  -기름 유출 재난 현장에서-
                                      이성숙

하늘은 얼마나 많은 경고를 보냈던가
붉다 못해 검은 피투성이로
거친 숨 몰아 쉬는 서해바다
새털구름도 어쩌지 못해 눈을 가리고 있다
가자
행남도는 뒤에 두고
만리포로 모항으로 파도리로
검은 눈물 닦아주고
차가운 손 잡아주러
우리도 함께 씻어내고 뒹굴어보자
금 모으기로 살려낸 불끈 쥔 주먹으로
끈적이는 발자국에서 기적을 만들어보자
한 핏줄로 이어지는 인간띠는
남해로 동해로
저멀리 태평양 돌아 돌아와
무릎 꿇어 노여움을 풀어내고 있다
용서로 내린 폭설은 이미 치유를 시작했다
숨고르는 소리에 우리들의 맥박도 뛴다
파도위에 별은 여전히 빛나
철새들이 내려앉고
물고기 떼가 몰려온다
새 바다가
노을건너 눈부신 빛깔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