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환장할 봄날에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줌
한 채의 제비집으로 보일 때
신천에 서 있는 가로등
길게 목 빼고 서 있는 기린으로 보일 때
내 눈은 환장할 봄날에 업혀가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간다

바람 한 줄기에도 첫 몸 열어 보이는
처녀의 치마폭 사이로
귀 먼 듯 눈 먼 듯
염소 한 마리 풀을 뜯고 있다

염소 뒷다리 걸어 덮치는 봄 쓰러뜨린다
후끈후끈 아파오는 꽃 진 자리
천개의 이파리들 일제히 몸 세우고
파닥거리는 생명 하나씩 받쳐든다

서로 밀착해 눈 맞추고 있는 낯선 관계들
봄은 손바닥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