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제목 : 보리밭의 추억

뜸북새 울때면
네 꽃잎도 핀다고 했지.
동네꼬마 녀석들 보리밭
이랑에서 술래잡기 즐거웠지.
호들갑 떠는 소리에 밭사이에
있던 꿩이 놀라 날아가곤 했지.
아, 그 옛날이 그리워!
오후의 햇살 뜨거울때
오후반 친구들이 땀흘리며
가방메고 그 곁을 지날때면
산들바람에 깜부기도
날리었지.
누렇게 익으면 농부는 낫을
대어 볏단처럼 세우고
타작을 기다리지.
이삭줍기도 하고 피리를 만들어
불며 놀기도 하지.
그 시절이 아련 하구먼.
보리밭 주변에는 어김없이
감나무들이 병정처럼
서 있었지.
그러면 대청마루에 꼬마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서울에서 휴양온 누님얘기
귀 기울이지......

2. 제목 : 편지

하늘도 푸르른 장미의 계절
그대는 건강한지 안부를 묻고 싶다.
그대의 얘들이 대학을 다닌다지
장한 아들을 두었구나.
고속도로옆 어느 한적한 마을에서
너를 끔직이도 기다린 날이 있었지
나를 보러 온다는 소식에
온 종일 들뜬 마음으로 새옷 차려입고
기다렸지 저녁 해질녘까지 기다리고
이윽고 별이 빛나는 밤까지 계속해서
기다렸지.
그대 모습 그리다가 끝내 잠이 들었지
그리곤 잠속에서 그대모습 볼 수가 있었지
어찌 그리도 아름답던지, 옆의 친구들
모두 부러워 하더군.
나는 씩씩하게 그대의 손을 잡고
장미가 곱게 핀 화원을 거닐었지.
그리곤 마침내 사랑의 키스를 하려고
하는 찰나에 기상나팔이 울리더군.
당신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말았지.

3. 제목 : 보이지 않는 거미

고서에는 보이지 않는 거미가
살고 있다.
거미의 양식은 독자의 눈동자이며,
삶의 터전은 독자의 얼굴과 머리
부분이다.
그를 마주 대하면 곧 자신의 얼굴이
거미줄에 엮여 있음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술과 같아서 영감이 아니
고서는 알 수가 없다.
시인이라는 명칭이 듣기 좋아서
시를 쓰겠다는 사람은 시인이
될 수 없다.
글깨나 쓴다고 하는 시인이라고 해도
얼굴에 거미줄 한 번 쳐지지 않은
사람은 역시 시인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되는 제일 좋은 길은
시의 여신님께서 찾아 오시는 것이요
다음으로 좋은 길은 거미의 마술에
걸려 들어가서 영감을 얻는 방법이다.
그 외의 방법으로 얻어진 것은 모두
가면의 탈을 쓴 것일 뿐이다.
잘 들어 두어라.
머지않아 참시인과 거짓시인이
가려질 것이며, 많은 거짓시인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진정 시인이 되고자 한다면
보이지 않는 거미를 봐라 그리고
마술에 걸려들어 영감을 얻도록
하라.

4. 제목 : 옥비녀의 전설

하늘에서 많은 꽃잎이
흩 날리었는데
그것은 마치 비행기에서
만원권 돈다발이 풀려
흩날리는 듯 하였다.

꽃잎에는
사랑, 행복, 자유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윽고 그녀의 머리위에도
한 잎이 떨어졌다.

잎에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거두어서
하트모양의 옥속에 넣어
비녀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옥비녀라고 부른다.

옥비녀를 머리에 꽃고 다니는
처녀는 시집을 간다는
전설이 있다.

나의 머리에도 한 잎 떨어졌는데
펼쳐보니 자유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꽃잎에서 소리가
들려 왔는데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 하는
음성이 들려 왔다.

모든것이 꿈만 같았다
그런데 꿈에서 꿈을 꾼것이다.

5. 제목 : 두위봉(斗圍峰)

어디서 왔드래요
서울서 왔드래요.
영동선 타고 사북역(舍北驛) 까정
왔드래요.

어디로 올라 왔드래요
도사골로 올라
왔드래요
어떻 뜨래요
아우 ! 굉장 뜨래요.

천팔백살 먹은 우리나라
최고령 할배와 악수
했뜨래요.

일봉, 이봉, 삼봉
봉마다 새악씨 수줍은듯
철쭉아가씨 얼굴도
연분홍빛 이드래요.

참나무 잎도 우릴 반겨
주드래요.
우리강산의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것
없뜨래요.

한국의 마카오, 인심은
청정해역 이드래요.

* 우 태훈
인천광역시 강화군 출생 (1958~ ) 한국방송대학교 법학과 졸업, 2007년 좋은문학 제40호 선물외4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완료. 한국시낭송가협회 회원, 백양문학회 회원, 들꽃과 구름 동인시집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