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백양문학 시낭송 게시]

십리포와 소사나무의 겨울

                     김경수(시인, 문학평론가)


높새바람 따라 십리 포에 갔다

뻘에 달라붙은 겨울이

사내 몇이서 부어대는 소주에

마음을 들켜

멀리 밀려난 썰물 향해 고함을 지른다

서녘으로 기우는 낙조가

반투명 폐비닐을 뚫지 못하고

이마에 골 파인 이랑으로 떨어진다

갯돌을 집어 들고 멀어진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지만 이내 곧 발밑의 뻘에 빠진 채

십리포를 수놓는 소사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매서운 바람을 피하느라 고통을 참는다

그래도

십리포의 소사나무에 걸린 겨울은

생각이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