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오너라
장수경
그리움을 향한
내 가슴의 불씨로
이 메마른 계절
들불을 놓으면
너는 바람으로 와서
온 몸이 재가 되도록
활하게 타올라라
그리하여
이윽고 밤이 오면
재가 된 채로
무서리 허-연
겨울 논에 나부끼다
땅으로 스며들자
겨우내 심장마저 꽁꽁 어는
부패되지 않는 사랑을 갈무리해
우리의 땅이 숨 트는 해토머리에
가슴을 열고 하늘로 오르자
산을 넘다 힘들면 나무가 되고
강 건너다 버거우면 강물이 되자
이 밤길로 오너라
활하게 타오르자
세월의 그물마저 모두 태우고
너는,
너는 바람으로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