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으로 담는 게장
/ 月窓
눈물이 나오질 않아
네가 갔는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네가 없는데
나는 평소와 다름 없이
집안 일을 하고
텔레비젼도 보고
네 이불호청을 뜯어
뽀얗게 빨아 널었어
정말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아
옆집 개 짖는 소리
이웃집 부부싸움하는 소리
멀리 차들이 달리는 소리도
여전한데
네가 비워둔 자리만
휑뎅그레 남았는데
달라진 게 있다면
웃음도 함께 사라진 거야
아마도 슬픔이 외로와서
웃음을 데려갔나 봐
어제 그리고 오늘
또 내일
난 무표정한 얼굴로
예전처럼 살고 있어
참돌게를 사왔어
게장을 담아야지
네가 가장 좋아하던 거잖아
솔로 살살 문질러 씻으며
네 생각하고
중키의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으며
슬픔도 함께
차곡차곡 쌓고
소금을 뿌릴 때
어디론가 숨은
눈물도 불러내어
함께 뿌릴까
양념간장을 다려 붓고
가슴에 가둬 둔
아픔도 함께 다려 붓고
식으면 따라내어
또 다려 붓고
또 다려 붓고
마지막 끓인 간장을 식혀
돌게 위에 부을 때
네 생각도
함께 부어버릴까
그럼
오래도록 네 생각하며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겠지
슬픔과 눈물로 삭힌
간장게장을
나는
절대로 울지 않을 거야
게장에 밥 비벼 먹으면서도.
月窓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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