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따며
진 명희
11월 하늘의 별을 따내듯
사과를 딴다
보이지 않는 상처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아픔으로도
사과는 차마 눈물울 보이지 않는다
바람을 지나
비를 만나
사과는 아쉬움을 잊은 지 오래다.
사과를 따내는 손 끝에
눈물이 묻어 난다
사과의 눈물이 아니라
내 눈물이 분명하다
발 그레한 사과의 볼을 만지작 거린다.
나는 한없는 눈물을 흘린다
다리와 허리가 아프다
머리와 가슴도 저려온다
11월 하루가 기울어 가는 자리
하늘의 별을 기다리는 것일까?
사과는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상처러럼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