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고은

 

아버지!

아직 남북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제시대 소금장수로

이 땅을 떠도신 아버지

아무리 아버지의 두만강 압록강을 생각해도

눈 안에 선지가 생길 따름입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두만강의 회령 수양버들을 보셨지요

국경 수비대의 칼날에 비친

저문 압록강의 붉은 물빛을 보셨지요

그리고 아버지

모든 남북의 마을을 다니시면서

하얀 소금을 한 되씩 팔았습니다.

 

때로는 서도 노래도 흥얼거리고

꽃 피는 남쪽에서는 남쪽이라

밀양아리랑도 흥얼거리셨지요.

한 마디로 세월은 흘러서

멈추지 않은 물인지라

젊은 아버지의 추억은

이 땅에 남지도 않고

아버지는 하얀 소금이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남북통일이 되면

또다시 이 땅에 태어나서

남북을 떠도는 청청한 소금장수가 되십시오.

"소금이여" "소금이여"

그 소리 멀어져가는 그 소리 듣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