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시 - 시의 세계
글 수 316
하늘이나 보자
이길원
우리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아
눈빛만으로도 이미 알 수 있는 것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랑
바람에 실리자
이미 들어 본 참새 이야기나
개구리 이야기에도
달빛에 부서지는 박꽃처럼 웃어보자.
너와 함께 숨쉬는 작은 공간
네 가슴 속 어딘가 스며들어
슬픔을 읽고 나온 숨결을
받아 마시며
눈물의 깊이를 보고 있단다.
뼈 속의 고독을 적시고 나온
나의 숨결은
우리가 바라보는 저 작은 꽃잎
옅은 살결을 적시고 있지 않니
이미 알고 있는 슬픈 이야기도 피하자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창가의 난 잎에 스치던 공기를 우리가 마시듯
그렇게 우주의 공기를 함께 나누며 살고 있다
가슴 속에 증오가 살아 있다면
그도 함께 나눌 수밖에 없는 우리들
천 마리의 학을 접던 마음으로 소망이나 접자
마주보고 눈빛 나누며 웃자
때로는 심상치 않은 서울의 공기가
우리를 아프게 해도
식당에서 차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낯선 사람과도 숨을 공유하듯
그렇게 사랑을 나누며
그렇게 사랑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