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이 어찌 연기뿐이랴
바람이 몰고 온 가을도 사라지고
가을이 가져다 준 사랑도 사라진다
아름다운 것이 어찌 단풍뿐이랴
정두지 못하는 나그네 발걸음도
말없이 늘어가는 외로움도 아름답다
잊지 못하는 것이 어찌 그대뿐이랴
깊은 계곡을 떨어져 바다로 흘러간 물도
길거리를 지나치는 성숙한 여인의 바알간 볼도
고달픈 삶을 가꾸는 여운이다
산이 높으면 넘기가 어렵지만
지극한 정성이면 스스로 무너지느니
스산한 바람의 가을 들판도
그대와 함께 걷다보면 푸르게 타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