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등을 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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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수 경

바다를 만나러 갔지만
나는 바다와 마주하지 않았다

쉼 없이 달싹이며 바다는 습관처럼
마음을 앗으려 했지만
야윈 등을 보인 채 외면하였다

옴짝 않는 나의 등을 되돌리려 머리 위엔
갈매기의 울음을 놓고 등에는
눈부신 물결의 반짝임을 수놓아 주었지만  
바다로 돌아갈 수 없기에
너와 하나될 수 없기에
끝내 젖은 손을 잡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마음의 안채에 덩그러니 자리 잡아
무시로 가슴을 훑고 파도의 울음으로 교신하며
새파란 몸뚱아리 앞세워
제멋대로 마음을 흔들어대는 너

이제는 내가 너의 맘을 흔들리라
교활하게 낼름거리던 너의 혓바닥에 침을 꽂으리라
귓전에서 속살대는 너의 목젖을 잡고
네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리라

다시는 내 맘 챙기지 마라
두 눈 가득히 고여 들지도 마라
너에게 앗긴 가뭇 없는 시간들을 모두 도루고
나 이제 훠이훠이 저 산을 넘어
사랑도 그리움도 없는
열사의 나라로 가리라

바람에 묻어오는 갯내에 실려
어쩌다 너를 만나러 갔지만
나는 끝내 너와 마주하지 않았다.

2005.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