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릇



이 세상에 꽃으로 왔으면
반짝 피었다 지고 마는
짧은 생일지라도
은은하게 향기는 남기고 가야지

타는 여름
말라버린 강을 건너왔으면
그래도 길고 질긴 목숨 아니던가

작아서 더 초롱초롱하게
가을밤의 별빛 같은
그런 꽃을 피워야지

무심한 짐승들도 가끔은 쳐다보며
그렁그렁해지는 눈망울
그 깊은 우물을 화안히 비추는
등불 하나 걸어두고 가야지




※ 무릇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이나 밭에 흔히 자생한다. 8~9월에 진분홍 또는 연보라의 꽃이 피고, 9~10월에 씨앗이 여문다. 여러 장의 잎이 밑동에서 나오는데 보통 2장씩 마주나고, 줄기는 곧게 선다. 비늘줄기와 어린잎은 식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