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라
텅 빈 내 마음
시작도 끝도 없는
먼 지평선이다
가슴을 찔린 새의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아물고
장미도 때로는 눈물을
흘릴 때가 온다
멀리 보라
손바닥에 새겨진 숱한 만남과 헤어짐
어느 잔금 하난들 사연이 없겠느냐
갈라진 자리마다 고여 있는 아픔은
나의 삶이 준 선물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도
늘 끝자리는 있다
헤집어라
상처는 감쌀수록 깊어지고
고통은 깊게 뿌리를 내린다
뼈끝에 닿는 아픔이 있어야
아물기 시작하는 것이 상처다
팔다리가 잘린 사과 나뭇가지 끝이
태양열에 시달리고서야
알찬 열매가 열린다
그렇다
너와 나의 삶도 그렇다
지지마라
죽음보다 비싼 것이 고통이다
고통의 앞자리는 아픔이지만
고통의 끝자리는 기쁨이다
고통의 앞자리처럼
고통의 끝자리도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