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지리산)

시.김문중

숲에 들어 마음을 여니
신록은 내안으로 살며시 들어온다

해뜰무렵과  아침
한 낮과  해질녘
맑은 날과  비오는날의  빛이 다르다

전나무  물푸레나무  느름나무엔
초록이 한창 스며들고
일렁이는 신갈나무 숲 사이로
은빛 자작나무가 반짝인다

산의 색은 초록바다
아름드리 고목들의 향기에 고개를 드니
나무는 가지를 들어 하늘을 보여준다

나는 꽃 구름에 떠 있다

잠시 그루터기에 앉아 귀를 열어본다
나무는 제 품안에 앉아 있던
새며 잎사귀에 바람이 전해주는 소리를 들려준다

흙이 숨쉬고  나무가  어깨를 펴고
이름조차  생소하거나  다른곳에서  이미 사라진
귀한 식물들이 흩어져 있고 숲이 웃는다

계곡의 흐르는 물에는 송사리들이 노닐고
인기척에 놀란 꿩들이 풀숲을 헤치며 달아난다

아 -
숲에 자리잡고 나무 그늘아래
한잠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