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타령

詩 / 주현중


부슬부슬 비 내리는 일요일 나는 정육점에 들렀다
미국에서는 거저 줘도 안 먹는다는 사골
호주머니 톡 털어 그 속빈 사골을 샀다
비어버린 속인데도 어깨가 축축 늘어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불도 끄지 않고 우려낸 사골국물을
넋을 놓고 들여다보다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아~
이것이 바로 인생이었구나!
이것이 바로 우윳빛이구나!
이것이 바로 진국이었구나!

그런데 나는
우려낼수록 검다
우려낼수록 얼룩이다
우려낼수록 역겨운 냄새만 풍겨댄다.

나는 지치고 지쳐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깨어보니 눈이 부시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이 죽일 놈의 인골을
저기 저 진국으로 바꾸어보자고
저기 저 우윳빛으로 바꾸어보자고
가벼워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