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 는

+    +    +    +    +    +    +     +    +    +    +   장 수 경

이제는 다른 생을 만나고 싶다
이스트에 부푼 빵을 먹으며
미흡한 진실로 서로를 비추기 부끄러워
어느 해 저물 녘
슬그머니 문을 나선 볕은
내내 돌아오지 않고
뜨락에는 체념의 알뿌리가
제 몸을 불리기 시작했다

정갈하던 눈썹은 어느 새
무성한 가시나무 숲이 되고
잦아든 어둠이 발샅에서
生의 아미노산을 갉아먹으면
노란 현기증에 감전되는 밤
잠든 숲길 헤치고
내게로 온 달빛을 빗질하며
두근거리는 생을 땋아 내린다

오래도록 품어 온 초록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달빛 포개면
이슬 젖은 새벽길로 봄이 올 듯도 하여
배롱나무 가지마다 아양 떨던
꽃잎들 간절한데
햇바람에도 신열 오르던
그 봄을 꿈꾸며
이제는
다른 노래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