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은 불씨 하나  
                                손미헌
                                  
들녘 이름 모를 꽃처럼
피어난 줄
알았지요

바람 불어오면        
조용히 사라지는                                
이름 없는 꽃으로

조그마한 불씨 하나
창가에 놓으니
어느새 아지랑이 찾아
마른 들판으로

바람이 다가왔네
햇살 담은 강물같이
연두 빛 작은 물결
5월 장미.



2. 바람소리
                            손미헌

놀이터에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 잠에서 깨어나면
재잘대던 아이들
하나 둘 떠나간다

외면당한 서러움
달래주는 듯
바람은 그네를 타고

잠드는 밤
님 기다리는
소식 들었을까

달빛 아래
그림자 세워놓고
귀 기울이는 바람소리


3. 교차로에서
                         손미헌

신호등 잠시
잠들었을까

엄마 잃은 아이처럼
교차로의 울음소리
커져만 간다

가면이었을까

첫울음 소리와 함께
가졌던 심성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어지럽던 꽃잎도
제자리에 머물고

모르는 체
신호등
눈만 깜박인다



4. 가을비 지나가고
                                손미헌

잎 떠난 빈자리
가지마다
이슬 머금은 맑은 눈빛
세상을 담는다

첫 사랑의
이별일까

심연을 잠재우는
그리움인가

등불처럼
흔들리는
나의 마음일까


5. 반달은 어디로
                              손미헌

변함이 없는 걸까
팔을 들어 길을 막던
그리움 쌓인 돌담길
걸어가고 있다

누가 쌓았을까
알지 못한다

두손에 잡힌 물초롱에선
물지개를 향한 불만이었을까
끝임없이 흘러 나왔었지

힘겨운 바람의
날개 짓일까

돌담 너머 바라보이던
그때 그 아이
심어놓은 가지에
반달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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