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32 / 겨울밤의 미소
  
  
                             마루 황선춘
                
멀리 있어 그대는 말 하려 합니다.

겨울은 잎을 떨 군 대나무에도 미소 짓고
홀로 남겨진 그대 가슴에도 찾아오는데  
서슴없이 다가오는 바람은
섬 안을 온통 식혀 버리고
북쪽 하늘로 날아가는 기러기 외침 속에
바라보는 바다의 이야기들은 찬 기운에
점점 희미해져 간다고
말 하려 합니다.

보름달 어쩌다 떠오르면  
검은 파도에 긴 그림자로 비춰 보이고
숨쉬기 어려운 듯 가늘게 이어지는 파도 소리가
그대가 애무하는 듯 일렁여서
달빛에 얼굴 붉히고 있다고
말 하려 합니다.

멀리 있어 그대는 말 하려 합니다.

오늘 밤
달빛 받아 잠든 섬 안에 것들이
간간이 날아오는 등대의 눈 부라림 의로 인해
차오르는 밤의 침묵을 참지 못하고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 퍼뜩 이는 소리를 듣는다고
그대는 말 하려 합니다.

섬 기슭에 숨겨둔 지난 여름 밤의 미소
오늘 밤도
겨울 차가운 파도에 흩어지려 하지만
어느 날 그대가 다시 미소 지을 것 같아서
안간힘 다해 붙들고 있다고
그대는 말 하려 합니다.

멀리 있어 그대는 말 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