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함성마저
꽁꽁 얼어 붙은 서호에
그 많은 청둥오리는 어디로 갔을까
구멍난 기억 하나
바람결에 흔들린다
몸짓이 있는 것들은
먹이를 찾아 떠나도
늙은 소나무 제자리를 지킨다
먹을 것이 없는 생명이
머물지 못하는 은밀한 핑계
꽃들의 유혹이 떠나간
겨울 바람의 주름진 미소
보듬는 손짓에 담고
뭍으로 떠난 그리움의 자식들
손꼽아 기다리며
사나운 시간들 차곡차곡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