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해질녘
오산역을 출발하여
화서역에서 빠져 나왔다
봄밤의 싸한 기운이 소매 끝에 스민다

시나브로 사라진 논빼미에
부스러진 콘크리트가
시골길 진탕에 깔린 듯 하여
머리끝이 쭈삣해진다

누더기를 둘러 쓴 박토를 넘은
여기산 백로는 삭은 가지로 날고
수원성 교회가 주는 따끈한 찻잔 속에
눈 감아 기울던 노을이 쉰다

내 이미 기억만 남은
잃어버린 고향은 언덕을 넘어갔고
서호에서 어린 꿈을 싹틔웠으니
아이들의 고향은 이곳이다

군불 꺼진 지 오랜 헛간 방
천식에 지친 홀애비의 기침소리가
홑이불에 들러 붙으니
거미 줄 친 아궁이가 운다

사월은
사월의 밤은
사월의 봄 밤은
늘 허기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