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뭇한
계단을 올라
비밀번호를 누른다

달리기를 하는
마눌에게 아양을 떠니
비실비실 웃더니 베란다에 선다

큰 집 짓느라
헛간에 쓰러진
어제 들어다 논 화분을 보며

사랑도 주고
물도 주니
꽃이 저렇게 예쁘다고 혀를 차기에

그럼 나도 당신에게
사랑도 주고 물도 주겠다고
허리를 감았다가 뒷발질에
무릎이 까졌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