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세계각국에 계시는 한민족문학인 여러분과 함께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2006년도 <세계한민족문학상>수상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 : 김영수 (미국 뉴저지 거주 시인)
수상작 : 시조 ㅡ 수제비, 겨울어미새, 만추, 칸나, 벙어리 등 5편

우수작품상 :
김승기 (한국) 수상작 : 꽃과 식물을 소재로한 자유시
전선구(한국) 수상작 : 시와 시조
최필(미국 북가주 : 본명 최연무) 수상작 : 시조

*수필, 아동문학, 소설, 기타 평론 분야는 수상자 없습니다.
*예심과 본심 결과를 자세히 발표할 것이며, 본선 심사위원은 한국에서 시인 허영자 교수 그리고 미국에서 고원 교수(본회 회장) 두 분이 맡았습니다.

수상작은 본회의 연간지 <작은별>에 수록됩니다.
시상식은 추후 알려드립니다.
*세계각지에서 외롭게 창작활동을 하는 모든 작가들과 지망생들에게 함께
축하의 꽃다발을 띄웁니다.




<세계한민족문학상 심사평 / 글 : 고원>


                   형상미학의 향기

                                                                                       고 원 (高 遠)


   세계한민족작가연합의 2006년 <세계한민족문학상> 최종 심사를 허영자 교수와 함께 마치고 나서 나는 무척 즐거워하고 있다. 여러 가지 현상 응모작 심사를 오래 동안 해온 경험 가운데 이 번만큼 뒷맛이 좋은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 이 번에도 수상 부문이 시와 시조에 쏠렸다. 대상 수상자 김영수 선생과 우수작품상의 김승기 선생, 전선구 선생, 그리고 최연무 선생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대상 하나를 뽑는 일이 아주 수월했다. 심사원 두 사람의 생각이 처음부터 일치했기 때문이다. 김영수 선생의 시조와 자유시 중에서 시조를 택하는 데에도 의견이 같았다. 김 시인의 시력(詩歷)으로 보아 시조 쪽에 더 무게가 가는 사실을 말해줄 것 같다.
   내가 받은 작품들 순서로 맨 처음에 나오는 시조가 ‘칸나’다. 이 꽃을 대하자마자 독자는 당장 “섬뜩”해질 만큼 충격적인 영상의 “칼끝”을 만난다. 이 강렬한 작상(作像)이 “시뻘건 쇳물로” 상승한 후 3장에 가서 놀라운 전환을 본다. 열이 식어서 땅에 내리 꽂히기 전에 칸나 꽃은 “쪼개져 붉게 진다”고 호곡하듯이 정을 준다. 강하고도 깊이 있는 ‘최후’의 모습 속에 화자의 선망 같은 것이 번뜩이지 않는가. 절창이다.
   재래식 관조, 달관의 조용한 세계와 다른 이 계열의 폭발적인 절규를 ‘벙어리’에서도 들을 수 있다. 비유로서의 벙어리가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벙어리를 상기 시키지만 이쪽은 전체가 훨씬 더 뜨겁다. 불, 열, 연소의 이미지를 통해 벙어리는 많은 뜻을 지닌 메타포(metaphor)로 승화한다. 울분과 절망, 영육이 같이 터지고 타는 믿음의 불길, 너무나도 커서 다스릴 도리가 없는 영혼의 아픔과 갈망이 차라리 처절하기까지 한 가슴의 소리 때문에 “목젖이 타버린” 벙어리다. 그 앞에서 나는 숙연해지고 만다.
   김영수 시인은 이것과 상당히 다른 정조(情調)로 접근할 때도 많다. 수상작에 들어 있는 ‘수제비’, ‘겨울 어미새,’ ‘만추’(晩秋) 등은 각각 특이한 대상을 독특한 기법으로 다루고 있다. ‘김영수 시조’의 흐름이 거기 있다.
‘수제비’를 보자.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준 수제비에서 어머니의 말씀을 먹다가 수저를 놓고 마는 아들의 가슴과 머리 속에 뭇 어머니, 특히 한국의 어머니가 불현듯이 나타나서 화자의 삶을 압도해 버린다. 어머니와 자식 사이를 이루고 있는 사랑의 응축이다. 그 간절한 정감은 가로, 세로, 원으로 구성되는 공간 미학의 장치로 이어진다.
   이러한 공간 미학의 샘플을 우리는 또 ‘겨울 어미새’에서 대한다. “겨울보다 추운” 어미새는 이 작품 안에서 “얼음살 박힌 편지”가 돼서 사람 가슴에 사연을 새겨 넣는다. 그리고 “가지 끝 맨발”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자그마한 공간 구도 같으면서도 거기 들어선 건물은 무한대로 크다. 이렇게 놀라운 상상은 개인의 절절한 인생체험에서 우러난다고 볼 때 독자는 새로운 친근감을 맛본다. 추상관념이 몸을 갖추고 다가선다.
   김영수 시인은 늦가을을 노래의 “후렴”으로 듣는다. 그 후렴이 울려 퍼지는 공간은 자연과 인간이 만난 공연장이다. 세월도 인간도 이 무대를 떠
나기 전에 “뜨거운 흐느낌”을 나눈다. 조락의 뜨거움--여기에도 김영수 시조의 불이 있다.
   시조시인으로서의 김영수 선생을 나는 단수(單首)주의자라고 알고 있다. 복수, 연시조를 싫어한다. 이 전통파가 실로 대담하게 시조를 인간과 생활 속으로, 혹은 그 주변으로 끌어 들여서 현대화 하고 있다. 그의 시조 언어는 대단히 평이한, 일상적인 말이다. 그런 말이 속에다 비축한 힘을 시적 표현으로 살려내서 확대 시키는 역학은 귀중한 현대적 소산이다. 이렇게 해서 건축되는 그의 시에 가락이 출렁인다. 그는 멋진 가락의 악사다.

   김승기 선생은 한국 각처의 귀한 화초에다 삶을 접목하는 일에 몰두하는 시인으로 보인다. 짙은 불교 배경이 詩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부 11편 중에서 ‘돌단풍,’ ‘꽃다지,’ ‘겨울 물억새’ 세 편이 돋보였다. 꽃을 다루면서도 관념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기타 작품들보다 이런 시가 훨씬 더 호소력을 지녔다.
   ‘돌단풍’은 이 시인의 상상과 비유가 비범한 경지에 가 있는 보람을 충분히 예증해 준다. “확 / 번지는 분 냄새 / 햇살이 바람났다”라든지, “토해내는 꽃멀미,” 그리고 놀란 하늘 아래 “봄이 까무러쳤다” 같은 시상(詩想)과 작상법은 선사(禪師)의 비밀이라고나 할까. 귀중한 개성이 날카롭다.
   ‘꽃다지’도 이런 흐름을 타면서 사색이 짙다. 한 식물의 세밀한 변화를 매순간 파악하는 가운데 “그분이 연주하는 / 해금 소리”를 듣는 시인의 귀는 깨달음의 고막이 아니겠는가.
   ‘겨울 물억새’도 그렇다. 나는 물억새를 모른다. 그러나 몰라도 좋다는 생각이 금방 들었다. 인간사, 세상사, 오뇌도 희열도 무상한 바람결에 “군데군데 뭉쳐지고 구겨진/ 하얀 손수건”을 날리고 있는 저 풀 한 포기 볼 수 있으면 그만 아닌가.
   만나보고 싶어지는 시인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푸념을 올린다. 대체로 각 시편을 좀 더 압축해 주면 좋겠다. 사상도 서정도 말을 쥐어짜서
줄일 수 있는 시인이다. 그러니까 긴 시보다 짧은 시가 더 좋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언어의 선택에서도 아주 쉬운 말씨, 말투가 어울린다.

   전선구 선생의 작품으로 시조 8수와 자유시 6편을 읽었다. 시조 중에서
‘도라지꽃’과 ‘묵화를 치는 아내’가 더 감동을 일으킨다. 자유시로서는 ‘시. 그리고 컴퓨터’가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도라지꽃’은 서정의 산뜻한 맛 외에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도라지 뿌리가 아니라 도라지꽃이 도시의 아파트 “자투리땅”에 찾아왔다. 거기 마치 자투리땅처럼 서있는 시인의 맘속에 고향을 가져온 도라지꽃이 그리움과 함께 서러움도 데려왔다. ‘고향 상실’이라는 증세를 앓는 현대 도시인의 생태가 드러난다. 형식에서는 6행 전부 “왔다”로 끝맺은 의도를 이해할 것 같지만 단순미를 살리는 효과보다는 너무 단조롭다는 느낌이 든다.
   먹물 냄새가 물씬 나는 ‘묵화’의 시에도 자연과 자연스러움(도학에서 말하는 ‘자연’)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형상돼 있다. 사군자, 즉 매화와 난과 국화의 향기, 그리고 대나무의 마음을 먹물로 치는 아내의 붓은 자연 귀환 이상의 저쪽 세계를 그려낸다. 시인이 그림 속에 들어가 있다. 영상의 미학이 공간의 미학과 만나는 대목이다.
   자유시 부문의 ‘시 그리고 컴퓨터’는 지루할 만큼 길게 질질 끌려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설계가 성공했다고 본다. 아예 절의 구분을 없애버리고, 일상 회화체 언어와 대화 구도로 줄줄이 이어지는 56행의 판을 짰다.
   문명의 배신이 꿈틀거린다. 시의 구성 자체가 시에 대한 배반이다. 지성과 정서를 송두리째 지배하는, 참 작은 기계 앞에서 본연의 자태를 빼앗긴 시가 몸부림친다. 시가 오늘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
   인간의 슬기로 만들어내고 날마다 개선해나가는 컴퓨터에게 인간의 생활수단을 의탁하는 현대인은 자신에 대해서조차 책임이 없다. 생각도 말도 기계의 기능이 요구하는 대로 손가락을 놀려야 하는 몸짓이 시를 어쩔 터인가.
   어처구니없는 이율배반의 고민이 이 시 안에서 “절그럭거린다.”
   이밖에도 거칠면서 재미있는 시들이 있다. 대개 너무 길다. 설명이 많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서술과 설명을 모조리 추방하면 좋겠다.

   최연무 선생의 시조 열 수를 읽었다. 작가연합 사이트에 오유, 최필, 서강 등의 필명으로 올렸던 글도 포함시켰다고 필자가 말한다. 단수 하나, 2수 연작과 3수 연작을 각각 하나씩 뽑아서 살펴본다.
   단수인 ‘귀거래’는 인간이나 꽃, 모든 생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달관의 경지가 차분하고도 개성 있는 격조로 표현돼 있다.
   2수 한 묶음인 ‘우우우’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나비 한 마리의 몸짓을
바라보면서 상념의 날개가 크게, 높이 펼쳐진다. 끝에 가서 “우우우 / 천수를 흔들며” 하는 “천수”가 독자를 확 사로잡는다. 샘물, 하늘의 물(천상수), 손이 열 개 달린 천수관음--참 많은 천수가 한꺼번에 튀어나오면서 종장 결구의 구실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최연무 시인은 내가 보기에 3수 한 묶음인 ‘매화편문(片紋)’에서 이분이 지닌 시적 기량의 극치를 과시하고 있다. 한수 한수를 따로 떼어놓아도 좋다. 상상력, 영상법, 표현법, 성악에서 말하는 발성법, 그리고 시조 특유의 멋과 율동이 최고의 수준에서 앙상블을 이루어 놓았다.

   2006년 수상작과 수상자들에 대해서 총괄적으로 간단히 찬사를 올리고 싶다. 보이지 않는 실재, 실체, 실존적 가치를 찾아내서(발견), 상상의 세계로 확대하고(전개), 언어의 경제를 동반하는 영상/작상의 고등수학으로 긴장과 즐거움을 가져오는 예술행위(표현)--그게 시론, 시학의 기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이 모든 근본 요소를 한마디로 형상미학이라고 불러보자. 그런 형(영)상은 향기를 뿜어야 한다. 수상작에서 다 그 향기가 난다.

(2006. 7)



<심사 대상 작품>

(1) 엉겅퀴, 꽃이 핀다


인연법으로 얽히는 세상을
일념정진으로 살아내는
고행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마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번뇌
가시로 떨쳐내며

마디마디 자라나는
그리움의 이삭들
자르고 자르면서

마침내 토해놓는
한 줌 핏덩이

得音의 길


※ 엉겅퀴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국 각처의 들에 자생한다. 밑에는 털이 많고, 위쪽에 흰털과 거미줄 같은 털이 많이 있다. 잎은 깃 모양으로 갈라지는데, 가장자리에 결각상의 톱니와 가시가 있으며, 잎 양면에도 흰 털과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6~8월에 자주색, 붉은색, 흰색 등의 꽃이 줄기 또는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고 9월에 씨앗이 여문다.


(2) 자리공


보았는가
늘 비어있음이
가득한 자리

멀쑥한 키 굵다란 줄기로
하늘 한 가운데를
쿡쿡 찌르며 건드리고 놀다가
확 덮어씌운 보쌈

넓은 이파리에
우주가 갇혔네

몇 가닥
실낱같이 가느다란 꽃줄기 내밀어
희붐히 뿜어내는 향

“나 여기 있소” 하며
비어 있어도 있는 건 다 있으니
보잘것없다 말하지 말라네


※ 자리공 : 자리공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집 근처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없고, 뿌리는 비대하여 덩어리로 되어 있으며, 줄기는 기둥 모양으로 가지가 갈라지고, 잎은 어긋나는데 큰 난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5~6월에 흰색의 꽃이 피고, 7~8월에 열매가 흑자색으로 둥글게 익는다. 뿌리는「商陸」이라 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3) 독 활


비바람 몰아치는 세상
축축하게 젖은 땅에서
입술 깨물며
혼자 힘으로 살아남았지

허리 꺾이고 팔다리 부러지면서
버티어 온 삶
꽃술마다 피멍이 들었지

그렇게 맺히는 응어리
검게 타는 씨앗으로 뱉어내어도
뿌리로 뿌리로만
독이 차올랐지

그래도 사람들은
튼실한 약재라며 뽑히기를 원하니,

어쩌겠는가
갈무리 끝나 덤으로 사는 목숨
활인공덕으로 布施나 할 수밖에


※ 독활 : 두릅나무(오갈피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 자생한다. 대형으로 줄기가 크고, 가지가 갈라졌으며, 꽃을 제외한 전체에 털이 있다. 암수한그루로 7~8월에 연한 녹색의 꽃이 피고,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검은 자주색으로 익는다.「땃두릅」이라고도 부르며, 뿌리는「獨活」이라 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4) 닻꽃 인생


목숨 붙어 있는 날까지
수평선 너머
등대 불빛을 쫓아가는

허공바다
한 가운데에 뜬
조각배

비바람 불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
붙잡아

해 떠오르면 비로소
닻을 내리는

바라보며

뿌리 깊은 심지 돋우어
니르바나의 꽃을 피운다


※ 닻꽃 : 용담과의 한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산지와 한라산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없으며, 줄기는 곧게 서고, 가늘고 길면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는데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7~9월에 황백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 또는 여러 송이가 피고, 9~10월에 씨앗이 여문다. 꽃의 모양이 배를 정박시킬 때 사용하는 닻의 모양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5) 나도풍란


바위에 몸을 걸치고
나무 등걸을 베개 삼아
공중으로 뿌리 내리던 때가 좋았지

무심한 세월을 따라
내려앉는 이슬이 꽃으로 피고
흐르는 구름이 향으로 퍼지던
그 때가 좋았지

분에 올려져
난실에 갇힌 운명
꽃이나 제대로 피울까

사랑이라며 애지중지
사람의 손길 지극정성인들
하늘 휘젓는 얼굴 위로 스치던
시린 바람만 할까

그래도 뿜어내는
꽃향
눈물이 난다

내게서도 꽃이 피어날까
詩의 향이 나올까

너를 보며 기지개를 펴 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뚱이
막대기처럼 뻣뻣하기만 하구나

너와 나
영어의 몸
무에 다르겠느냐만

갑자기 다가온 병마에 갇혀
세월을 앓는
나보다야 낫구나


※ 나도풍란 : 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상록성이며,「대엽풍란」또는「장생란」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제주도 및 남부지방의 다도해 섬 지방 또는 해안가의 산지 상록활엽수림의 나무줄기 및 바위 표면에 붙어 자생하며, 근래에는 원예농가에서 재배도 한다. 뿌리가 굵고 줄기는 짧으며, 잎은 긴 타원형으로 두터운 다육질이다. 6~8월에 연한 녹백색의 바탕에 연한 홍색의 반점이 있는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익으며, 대개는 화분에 관상초로 심는다.


(6) 돌단풍


강남에서 온 제비
살랑살랑
돌단풍 일으켜 세웠다

거울 앞에 앉은
새댁이다

뽀얀 얼굴
봄바람 시샘할까
들며 나며 걱정이 태산이다


번지는 분 냄새
햇살이 바람났다

토해내는 꽃멀미

하늘도 놀라
봄이 까무러쳤다


※ 돌단풍 :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4~5월에 흰색 또는 흰색 바탕에 엷은 홍색을 띠는 꽃이 피고 향기가 있으며, 7~8월에 열매를 맺는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지방의 물가 바위틈에 자생하는데, 뿌리줄기는 옆으로 누워 극히 비대하고 짧으며, 꽃줄기는 곧추선다.


(7) 마 름


마름이 물을 집어 삼켰다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바싹 마른 우주
돌풍이 분다

심상치 않다

산불이 일어나

온산을 태우더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하늘 담은 물웅덩이
배부른 새댁 같다

마침내 마름이 꽃을 피운다


※ 마름 : 마름과의 한해살이풀로 수생식물이다. 7~8월에 백색의 꽃이 피 고, 9~10월에 열매를 맺는다. 우리나라 각처의 도랑이나 연못 또는 큰 늪지 및 강변에 흔히 자생하는데,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며 잎은 마름모꼴의 삼각형으로 위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열매는 딱딱한 骨質로 되고 삼각형이며 윗부분의 중앙부가 돌출되어 양끝은 꽃받침이 가시 모양으로 변하는 특이한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옛날에는 이것을 깎아「밤」대용으로 제삿상에 올리기도 했다 한다. 열매를 식용하며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8) 꽃다지


새파란 색종이 위에
노란 점 하나

찍었다

하늘 속으로

번져 나가는 물감
한 방울

깊은 수렁이다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다
소용돌이친다

이윽고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물소리 바람소리가 난다
새소리도 나고
구름도 흘러간다
가끔 비도 내리더니
이 풀잎 저 나뭇가지 위에서
햇살 튀어 오른다

우주 속
한 가운데에 결가부좌하고 앉은
그분이 연주하는
해금 소리

하늘 음악이다


※ 꽃다지 : 십자화(겨자)과의 두해살이풀이다. 4~6월에 노란색의 꽃이 피고, 7~8월에 열매를 맺는다. 우리나라 각처의 햇볕이 잘 쬐는 곳에 자생하는데,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방석처럼 퍼져 땅에 깔리며, 줄기는 곧게 서고 전체에 짧은 털이 빽빽이 나며  때로는 가지도 갈라진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씨는「정력자」라 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봄나물 중 유명한 나물의 하나이며, 달래 냉이와 함께 동요에도 등장하는 봄꽃의 하나이지만, 대개는 잡초로 취급하는 풀이다.


(9) 해당화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못다 이룬 사랑
지금도 진행 중인
전설

가시 돋친 그리움
밤새
한 바탕 파도가 요동을 치고
가라앉은 새벽바다
수평선 저 너머
쏘옥
햇덩이 혀 내밀 때

끝내 참았던 울음
울컥
토해놓는 각혈


※ 해당화 :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이다. 5~7월에 홍적색의 꽃이 피고, 8월에 열매가 황적색으로 익는다. 우리나라 각처의 바닷가 모래땅과 산기슭에 자생한다. 줄기에는 커다란 가시가 있으며, 전체에 가시 모양의 털 또는 융모가 빽빽이 나 있고, 잎은 홀수로 된 깃꼴겹잎으로 어긋나며, 꽃과 열매는 관상용과 향수의 원료 및 약용으로 쓰인다. 흰 꽃이 피는 것도 있다.


(10) 겨울 물억새


겨울로 치닫는 강둑
젖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피돌기를 멈추고 굳어진 팔다리
통증이 시커멓게 물결치고 있다

바람이 물기를 거두어 가도
군데군데 뭉쳐지고 구겨진
하얀 손수건

이젠 깃발의 소명도 끝나고
젖은 목화솜처럼
가느다란 줄기 끝에 매달려
힘겹게 햇살을 밀어내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바람만 가득한
겨울가뭄
언제 끝이 나려나

새파래진 입술로
하늘이 부르르 떨고 있다

별빛이 물장구치던 강
그 강물도 곧 얼겠지
그래도 얼음장 밑으로는
빙어 떼 뛰노는 물이 흐르겠지

은어 돌아오는 강어귀 바라보며
싸락눈 쌓이는 아픔으로
이렇게 또 겨울강을 건너야 한다

한낮에도 걷히지 않는 안개
자꾸만 무거워진다


※ 물억새 : 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강가나 습지 또는 논밭의 둑에 흔하게 자생한다. 8~9월에 흰색의 호영이 달리며 하얗게 꽃이 피고, 9~10월에 씨앗이 익는데 까락이 없으며, 작은 이삭 밑에 은빛이 나는 비단털이 다발로 있다. 잎이 억새보다 약간 부드러워서 소의 먹이로 쓴다.


(11) 더덕꽃


지난여름은
너로 하여 행복했어

보고 싶어도
산을 오를 수 없는 그리움
뒤란에 심었더니

곁에 놓아둔 미쁜 정
밤낮없이 키 늘이며
내 안을 엿보던 향기

무거운 팔다리 시큰거리는 장마철
우중충한 창을 열고 들어와
은은한 빛으로 등을 켜고
아픈 마음 헹구어 주던
향긋한 종소리
얼마나 싱그러웠는지 몰라

이제 가을하늘
가벼워진 몸 다시 무거워질까
내년의 장마철 생각하며
까맣게 씨까지 맺어주는 사랑
눈물나는데

행복했던 지난여름
무엇으로 보답할까

굳어진 팔다리로
그대 없는
겨울은 또 어떻게 건너야 하나

봄을 꿈꾸며
갈색으로 마르는 줄기
바라보기만 할 뿐
네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 더덕 : 도라지(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이며 방향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숲 속에 자생한다. 뿌리는 도라지처럼 굵고, 전체에 특이한 향내가 나며, 잎은 어긋나는데 덩굴을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온다.  8~9월에 겉은 연한 녹색이고 안쪽에는 자갈색의 반점이 있는 종 모양의  꽃이 가지 끝에서 아래를 향하여 피고, 10~11월에 씨앗이 까맣게 익는다. 뿌리를 식용하고, 한방에서는「沙蔘」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