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1일 아침 10시 10분!

당신은 유달산 일등 바위 정상에
푸른 꽃이 되셨습니다.

책갈피에 눈처럼 소보소복 쌓여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삶의 조각조각들을
남해 바다에 던지시고
여운 짙은 물결로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태산같은 아쉬움과
붉은 악마의 함성보다 더 큰 목메임도 못 들은 채
일학년 꼬마의 입학식 모습으로
먼 길을 떠나 지금은 어디쯤의 주막에다
이승의 짐을 내려 놓고 계시는지요?

생때같은 설움으로 당신을 보내는
가족들과 제자들과 교우들과 동료들은
그저 하염없는 눈물만 흘립니다

시공을 넘나들며
사랑을 전하고
평화를 위하여 양보의 미덕을 실천하던
잔잔한 합리주의자의 이름 석자를 잃은 구멍 난 가슴으로
뜨거운 태양이 파고듭니다

그대가 있어 웃었고
그대가 있어 든든하고
그대가 있어 행복했는데
누가 있어 희망의 꽃밭에 물을 줄 수 있으려는지요?

그립고 아쉬움이
바다보다 크지만
사진 속의 식어버린 미소로
아픔을 달래며
긴 이별 속의 여행을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당신이 떠난 다음 날
텅 빈 책상에 놓인 책 한권이 보였습니다.
효도하는 사람이 부모에게 해 드려야 할 45가지란
제목을 보다가 또 왈칵 피눈물이 쏟아졌지요.
46번째가 부모보다 먼저 가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었는데
혹시 시간이 없어 못 보신 것은 아니었는지요.

하지만 그마저 부질없는 넋두리가 되고 만 지금
당신을 하느님의 품으로 보내 드려야 합니다.
아쉬움으로 허기진 가방도 다 내려 놓은 채
우리의 손으로 당신의 식은 몸을 땅 속에 묻지만
우리는 당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영원히 가슴 속에 남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그리다 못 다 그린 그림은
이제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채워 줄 것입니다.
당신은 그저 하느님 나라의 큰 종이 되어
영혼의 양식을 가꾸며
그 분의 사랑안에서
복된 시간만 가지시 옵소서

천 가지 시름 만 가지 고통도
누구에겐가 야속한 일 있었더라도
사랑의 무덤에 다 묻어 두시고
주님의 나라에서 늘 평안하소서!

여기 모인 우리 모두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심재선 선생님!
멋장이 선생님~
안녕히 가시옵소서!

2006년 7월 24일 성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