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헤지는 것이 어디 옷뿐이랴
우리의 마음도 낡고 생각의 옷도 헤진다
그릇 속에 오래 담긴 물처럼
하루하루가 고여 있을 때
이런 날은 훌훌 털고 산으로 가자
아름다운 내 강산 붉고 노랗게 갈아입은
이름 몰라도 좋을 나무들과 손을 잡아보자
아무 바람 없이 살랑살랑 웃어주는
갈바람에 시름을 널어 다가올 내일 걱정도 날려보내고
오늘의 기쁨에 몸을 던지자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는 비난을 버리고
너무 힘든 일이라는 배려의 마음으로
옛 날 옛 적 순수의 언덕에 올라
들판을 달리던 기쁨의 샘을 마시자
이제는 낡고 거친 생각의 옷을 벗어 던지고
단풍 빛 옷으로 속마음을 갈아입고
허전한 빈 잔에 우정을 담아
그리움의 해후를 함께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