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껍질

     박희영

황사가 짙은 날에는
포도나무 껍질을 벗는다
땅으로 기어 사는 삶은
모두가 허물을 벗는다
한번은 보란듯이
우뚝 서보고 싶어
흙먼지 햇빛을
가리운 날을 골라
신방드는 색시마냥
허물을 벗는다
그리운 사람아
우리도 한번 이땅에 뒹굴어보자
뽀얗게 속살이 들어날때까지
허물 한번 시원하게 벗어보자
올 겨울의
강철같은 껍질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