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치마

성백원

내 땅을 지키는데 믿을 사람 누구인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명의 지원군이 평양으로 되돌아간 뒤
벽제관 싸움에서 사기가 오른
왜병의 3만 대군을 맞아
독산성 세마대 전설을 일궈낸 장군답게
화성을 지키다 한양 수복을 꾀하러
군사를 몰아 한강을 거슬러 올라
행주산성에 진을 치고 처영과 손을 잡았다
조경은 말뚝을 박고 돌과 물을 준비하라
새벽별이 눈을 비비는 시각
세 곱이 넘는 적을 맞아
빛나는 승전보를 울린 것은
권율의 지략과 졸병의 땀 위에
치마를 잘라 돌을 나른 어머니의 힘이다
붉게 물든 한강물은 일인의 피요
시체는 싸여 봉우리를 이루었다
바다를 지킨 충무공과
한강을 건진 충장공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밤새도록 불침번을 서고 있지만
진정으로 이 땅을 지키는 뿌리는
일년 열 두 달 하시도 마를 새 없이
눈물에 한숨에 찌들어 버린 채
봄 하루 허기진 보리밥 냄새가
속절없이 속절없이 돌에 찢긴
조선 어미의 행주치마다

* 행주치마의 어원이 행주대첩과 관계가 없고, 1527년 최세진의 훈몽자회에 나오는 행자초마라는 주장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