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노모리 호슈

성백원

임진왜란 후 동래왜관에 머물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여
조일의 평화외교 틀을 다진 외교관
정유재란 이후 통신사의 파견으로
두 나라 사이가 친구로 바뀌고
조선의 예의범절이 동해를 건너가고
오이 호박 고추 고구마 담배가 하늘을 헤엄쳐왔다
미움은 세상을 바꿀 수 없으나
용서와 화해로 서로를 보듬으니
두 나라의 웃음소리 태평양을 갈랐다
미묘한 양국의 21세기 현실을 바라보며
그립고 아쉬운 사랑이다
조선인보다 조선을 사랑한 우야가는
선봉장의 자리를 버리고
아름다운 조선의 법도를 흠모하여
구들장에 엉덩이를 깔았다
조총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고
곽재우를 도와 왜병을 물리쳐서
사성 김해 김씨 김충선을 하사 받고
달성 가창 우록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나중 사람들이 그를 기려 녹동서원에 받들고 있으나
떠가는 구름을 보거나
봄풀이 푸르러 가면
고향 생각에 눈물짓기도 하였다
배신자라 탓을 할지
평화의 실천자인지를
가늠키 어려우나
웃자란 원한의 밭에 우정의 씨앗을 가려
이들의 생을 담금질하여 쟁기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