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 아파트에 핀 연산홍


일층 계단에 내 놓은 짬뽕그릇속 연산홍 활짝 피었네
예삐를 안고 다니던 옆집 그녀도 재활용품 수집하던
203호 홀아비도 힐끗거리며 지나갔네
벌건 육수에 담긴 나무 젖가락 끝까지 물을 빨아올려
붉은 기둥으로 살아있네
약속은 면발처럼 쉽게 끊어지고 국물 한 그릇 제대로
넘기지 못한 사연 궁금해지는 시간이네
잇발 자국 남겨진 단무지, 얼룩진 생이 찢어진 신문지 사이로
흘러 내리네
스스로 수거하지 못한 죄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