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시.김문중

다 저문 밤이면
바다에 다녀온 달이
창가에 머물러 말을 건넨다
그대는 무엇을 했느냐고

나는 무엇을 했을까
이 세상의 무엇이며
이 집안에 무엇일 수 있을까

기도를 끝낸 다음
뜨거운 문을 열며
지금의 아픔을
깊은 사랑으로 껴안는 일일까

텅 빈 가슴
꽃 하나 피워
향기 배어나게 하는 일일까

눈가에 새겨진 세월
아름답게 보일 날까지
넉넉한 가슴으로 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과의 만남에서 얻은
혼의 풍성한 축제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