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


성백원


부모와 자식간에도
생각이 다르면 남보다 못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던 자식이
심양에 갔다 오더니
애비의 말을 아니 듣는다 하여
벼루를 내려쳐
죽음에 이르게 하니
그 억울함이
망국의 한으로 이어졌다

세상은 넓고 사고도 다양한데
오직 부끄러운 과거사에 매달린
어리석은 조선왕이
동쪽 아침을 바라보지 못하고
시작과 끝을 그르치고 말았으니
나라의 운명치고는
안타깝기만 하구나

예로부터
여자의 치마폭이
칼보다 날카롭다 하거늘
강보에 싸인 아기 같은
애비는 더 무섭기만 하구나
거기에 더한
간신배의 충성이
300년의 역사를 잡아먹고 말았으니
말리다 지친 하늘이
서쪽 바다에 피눈물로 지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