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령

성 백 원

용안을 바라보는 신하들 비웃음이
강화도 북천마을로 달려가서
떠꺼머리총각의 땀에 찌든 두건을 걷어내고
19살 용범이 서캐 낀 머리 위에 빛나는 왕관을 씌웠다
화려한 옷에 기름진 음식을 채우나
허기진 속내에 늘 그리운 복녀의 얼굴
산 속 동굴로 삼베 밥을 나르던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뛰던 철부지의 첫사랑이다
불쌍한 아들 보 듯 담가주던 총각김치며
겨울밤 야참으로 즐기던 동치미에 메밀국시
갑곶진을 떠나올 때 눈을 부라리며 찾아도
복녀 눈에만 보인 채 끝내 부서진 신랑각시의 꿈이
규장각 금장 책보다 뜨거운 숨결로
낡고 찢겨진 책갈피에 얼룩으로 남았다
훈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듯
승지의 고상한 말투와 과장된 몸짓에 주눅 든 시간은
궐내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데
담장 넘어 신음소리를 노랫가락이라 한다
내 손은 내 손이 아니고
내 발이 내 발이 아닌
허수아비 노릇 15년에 부르튼 상처를 안고
어이 어이 북망산천 가는 길에
산도 울고 물도 울고
서러운 세월도 따라 울고
부황 든 얼굴마다 얼룩진 조선 팔도
미안하다 미안하다 말도 못다 이르고
외포리 어스름 속을 희미하게 걸으며
뱃고동 울음 위에 부러진 날개 짓으로
강화도령 떠나간다
아리 아리 아리랑
아리 아리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