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도시락
* 月窓*
콩자반 도시락이면
잘 사는 집이었네
희고 노란 양은 도시락엔
노상 국물 지리는
뻘건 김치
밥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비벼 먹기 일쑤였네
국어책 산수책 할 것 없이
끝자락마다 붉은 채색
책장마다 뿌리내린
골골 발효된
신 김치 냄새
학년이 바뀔 때에야
이별가를 불렀네
수로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먼 그 때
까만 조개탄 난로에 밥 구워먹자고
양은 도시락 마구 흔들어대던
1교시 후 쉬는 시간이
먼 뒤안길에서
툭 비어지고
까르르 웃음 피우던
그 가시내 머시매들이
학부모 총회에서
거들먹거리고 앉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