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봄




    詩 / 죽송 주현중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보고 싶어


    백설(白雪)보다 깨끗한 백지 한 장 들고


    고통의 분신이 되어


    12간지의 한-생명으로 태어나


    앞뒤를 구분할 수 없는 우주 속에서


    사해(四海)를 더듬어


    태초의 향기 따라 지피면 지피는 대로


    한 가닥의 운명줄기를 잡고


    가슴에 붓 하나 품어


    12간지의 시간보다 길었을


    열 달하고도 백일 더한 시간의 끝에서


    찬란한 무지갯빛


    꽃그림으로 수를 놓았구나!


    그 아름다움에 취해


    보이지 않는 바람을 따라가던


    세기의 봄날에...


    뭉게구름 꽃잔치로 풍성한


    지붕 없는 화실 앞에서


    머-언 길 가는 사람들 늘어서서


    손차양하는 폼이 하늘에 오르는 새들처럼


    째지게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