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성이 아재는 술로 산다
술 속에서 아침을 맞고
술로 끼니를 때운다
술 취해서 가족을 내 쫓고
낙타 등짝같은 언덕배기에
해와 달을 버리고 어둠과 같이 산다
아재의 애비는 머슴이었다
가뭄이 세상을 태우던 어느 해
장리 빚 독촉을 견디다 견디다
일인 지주보다 날 선 마름의 매타작에
빗장이 무너져 내린 채
애미 잃은 짐승처럼 울었다
계절은 바뀌고 또 바뀌었지만
아재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도 풀어 주지 못한 아픔을
술이 알아 주었다
술이 달래 주었다
술은 이제 아재의 몸만 아니라
맴까지 지배하게 되었다
제 집구석에 성냥불을 긋던 애비의 한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죽어도 아니 닮겠다던 자식의 손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재의 손전화번호라도 안다면
내가 바라는 것처럼 남에게 하라고
메세지를 전하련만
아재가 사는 집엔 주소 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