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전회의

월대를 녹이는 중복의 사정전에서
중신과 함께 국사를 논하는 상참의식에
사모관대를 벗자는 오성의 제의가
누구도 싫지는 않았다
서둘러 겉옷을 벗어재끼는
신하들 사이에서 쩔쩔매는 도원수
어명으로 벗겨진 모습은
비키니 차림이었다
홍당무가 된 장인을 위해
오성은 그의 청빈을 내세워
상감의 비단과 무명을 얻어냈느니
한여름을 식히는 웃음소리
경복궁에 활짝 피었다

* 월대 : 대궐의 전각 앞에 놓인 섬돌
* 사정전 : 경복궁의 편전 - 왕이 정사를 펴는 곳
* 상참의식 : 궁궐에서 매일 아침 6품 이상 고위 문무 관리들이
국왕을 알현한 뒤 정사를 보고하고 토론하던 조회의식
* 오성 : 이항복
* 경복궁 : 사적 117호로 태조 4년(1395년)에 만들어진 조선의 정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