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그 사랑으로
                                정 소 현


우주는 허물로 지은 집
깊은 잠에 빠진 나무를
함박눈이 흔들어 깨운다
소리 없이 내려
미세한 입자의 먼지를 덮는다


눈 속에서 뒤척이다가
뜬눈으로 밤을 샌다
그 때 어둠을 밀어내고
눈은 여명처럼 밝아와
오염된 가슴 문을 연다


차가운 몸 불사른 따뜻한 눈물은
실오라기 같은 마음을 적신다
젖어서 물 흐르는 그곳에선
가시나 못들이 저절로 빠져나간다
그 자국에서 피어난 사랑
눈꽃 그 사랑으로
이제는 우주 하나쯤 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