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경포대에서, 선생님께


  빈 마음 안에 비단 옷을 담아오는 일은
무척이나 흥겨운 일이었습니다.
  "인생은 말이라는 실로 짜여진 옷감이다"라고 누군가 말했다지요.
  짧은 두 시간 동안 촘촘히 잘 짜여진 인생을 대하면서
속일래야 속일 수 없는 연륜을 되새겼습니다.

  키보다 큰 신발
  키보다 큰 목소리
  얼굴보다 큰 안경 너머
  마음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던
선생님의 문학강좌를 들으면서
  더 넓은 사랑을 갖지 않는다면
  더 세심한 관찰력이 있지 않고서는
  더 뜨거워지지 않는다면
  문학은 제게 놀이일 뿐이라고 자책했습니다.

  호호호~
  경포대의 모래는 언제나 정답더군요.
  자주 가지 못하지만 갈 때마다 자기를
마음껏 부수라고 내어 주었습니다.
  무리지어 '말'의 노래를 부르러 갔다가
  밟힐 때마다 삭,삭 노래하는 소리를 듣노라니
인간만이 위대한 존재는 아니라고,
  제 귓바퀴가 여간 간지럽지 않았답니다.

  경포대의 속삭임을 뒤로한 지 벌써 여러날이 지났네요.
  제 마음 안에는 부드러운 비단 옷이 꼭꼭 숨어 지냅니다.
  선생님.
  황금찬 선생니~임.
  제가 저~~ 옷을 꺼내 쓰다듬으려면 선생님의 세월 보다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요?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인연의 끈으로 맺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김문중 선생님
  또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원주는 지금 별들이 눈을 총총히 뜬 아름다운 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