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리안

          고경자

남쪽 섬
비취빛 산호가 사는 그 바닷가
지금 가을이 오고 있을까

자줏빛 억새
하얀 홀씨들
바람에 날려도 좋은 날

가을을 기다리며
눈시울을 적시던
그 사람

만년설 빙하의 계곡엔
맑은 물
태평양 물살에
파도는 넘실거리고

광대코지 달뜨는 바위는
폭풍으로 밤새 몸살 나고
한라산 수호신이 내린 그 은총

기다림에 펼쳐지는
동굴 안의 달 그리안
단 한번의 긴 포옹
따스한 입맞춤
보석처럼 눈이 부신데

타는 노을
내 사랑은 구름을 타고
어느 강가에 부서져 내리려나

       *달 그리안 : 날씨가 맑은 낮의 달뜨는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