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머니

                                                                         이근배

북한산은 어머니의 산이다

조선 왕조가 새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던  날부터

서울을 낳고 젖 먹여 키우고 글을 읽히고

비바람 눈 서리 가려 가꾸고 길러

오늘 지구촌에 우뚝 솟은 나라의  서울로 일으켜 세운

높디높은 사랑의 산이요 복락의 산이요

자유의 산이요 평화의 산이요 역사의 산이다

고려 수도 개성에서 바라보면 백운,인수,국망 세 봉우리가

뿔처럼 솟아올라 삼각산이라 이름하여

나라 생각에 겨운 백성이며 시인들

우러러 목메이게 불러왔노라

여기 서울의 한복판 종로의 옛터마을

먼 옛날부터 산을 오르는 길이 나 있어

장안에서 들려온 단종의 폐위 소식에

생육신 김시습은 중흥사에서 읽던 책 불태우고

삿갓 쓰고 이 길로 내려왔으며

신라 진흥왕 순수비 밝혀낸 추사 김정희도

붓과 벼루를 들고 이 길 따라 올라갔으려니

어머니의 산을 오르는 이들이여

잠시 발걸음 멈추고 귀 기울여 들으시라

북한산이 다독이는 나라 사랑의 큰 말씀

한강 손잡고 부르는 복받쳐 오르는 노래

종로의 인경을 깨우치는 염원의 종소리를